뉴욕타임스 “상당수 한국인들, 핵 포기에 대해 실수로 여겨”
“한국인들, 미국으로부터 버림받을지 모른다고 우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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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면서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한국인들이 크게 늘었다고 뉴욕타임스가 6일(현지 시각) 보도했습니다. 매체는 한국인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서 과거의 핵 포기가 실수였다고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뉴욕타임스 기사 내용을 소개합니다.

북한 남한과 전쟁 시작되면 핵무기 사용할 것

우크라이나가 1990년대에 핵무기를 포기했을 당시 전문가들은 해당 결정이 우크라이나를 더 안전하게 만들 것인지 아니면 핵무기로 무장한 이웃 국가인 러시아의 침략에 더 취약하게 만들 것인지를 두고 논쟁을 벌였습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한국인들은 핵무기 포기가 어떤 사태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실제로 느끼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후 북한의 남침을 막기 위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하는지를 두고 벌이는 논쟁으로 한국의 온라인 채팅방이 들끓었습니다. 최근 북한은 남한과 전쟁을 시작하자마자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한국인 71% 핵무장 지지해

한국은 미국의 안전 보장을 받는 대가로 1970년대에 비밀 핵 프로그램을 포기했습니다. 러시아군과 싸우는 우크라이나가 다른 나라에 군사 지원을 요청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한국인들은 핵을 포기한 것이 실수였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등의 위협을 겪으면서 한국인들은 지난 수년간 핵무기를 요구해왔습니다. 카네기 재단과 시카고 국제문제연구소가 지난 2월 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최근 한국인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1%가 핵무장을 지지했습니다.

조경환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상황이 정말 위태로워질 경우 우방이라도 돕는 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소름 끼치게 상기해준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군사력 세계 6위에 미국은 전쟁시 핵사용 다짐

물론 한국과 우크라이나는 다릅니다. 한국의 군사력은 세계 6위이고 북한은 30위이며, 세계 군사력 2위인 러시아와 싸워야 하는 우크라이나의 군사력(22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한국의 군사력은 강합니다.

우크라이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아니며 미국과 공식적인 동맹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데 반해 한국과 미국은 상호방위조약으로 묶인 동맹입니다.

지난해 12월 열린 한미 국방장관 연례회의에서 미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핵을 포함한 모든 군사력을 동원해 한국을 방어하겠다고 다짐하면서 다시 ‘확장된 억제력’에 대해 약속했습니다. 현재 한국에는 약 2만85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영원한 주둔에 대해 의구심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한국인은 언젠가 미국으로부터 버림받을지 모른다고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은 도널드 트럼드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당시 한미동맹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군 주둔에 대한 대가로 터무니없는 금액을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선 1990년대 핵 민족주의를 조장하는 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폭발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바 있습니다.

책에서 CIA는 한국이 핵무기를 만드는 것을 막으려고 한국 핵물리학자 한 명을 암살하려고 하고, 남한과 북한은 핵무기를 만들기 위해 힘을 합쳐 일본의 재침략을 저지합니다. CIA를 추적하는 신문기자인 주인공은 "미국인들이 영원히 우리의 보호자로 남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합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0년대에 비밀 핵무기 프로그램에 착수한 바 있습니다. 당시 미국은 한국을 핵우산 아래 두겠다고 약속하면서 한국에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강요했습니다.

 

1991년 전술핵 950개 철수해

한국도 우크라이나처럼 한때 국경 내에 핵무기를 갖고 있었습니다. 미국은 1991년 세계 핵무기 감축 계획의 일환으로 한때 950개에 이른 전술 핵무기를 한국에서 모두 철수시켰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이 자체 핵무기를 만드는 것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이로 인해 남한은 핵보유국인 주변의 세 나라와 마주하게 됐는데요. 북한, 러시아, 중국이 그들입니다.

이병철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조교수는 "한국인들은 미국이 물러난다면 누가 자신들을 보호할 것인지 궁금해 한다"고 말합니다.

한국인들은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막지 못하는 걸 목격하면서, 북한이 남한을 공격할 때 미국이 자국 본토가 핵 공격당할 위험을 고려해 북한을 저지하지 못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북한보더 더 큰 위협이 될지 모르는 중국

카네기재단 여론조사에서 한국인들은 한국인 응답자의 56%는 중국이 향후 10년 안에 한국에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한국인은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불안감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일부 전문가는 미국이 한국에 더 강한 억제력을 제공함으로써 이같은 한국인들의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방법 중 하나로 한국과 미국이 나토식 핵공유 협정을 맺어 전시상황에서 미국 핵무기를 한국 군사기지에 배치하는 방안을 제시합니다.

‘중국이 타이완을 침공한다면, 중국 동맹국인 북한은 이를 남한을 침략하는 기회로 볼 것인가.’ ‘미국이 대만과 한국 모두에서 갈등상황에 직면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뉴욕타임스는 이와 같은 불편한 질문들이 한국이 핵억지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더 큰 요구로 이어진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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