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컨트롤타워 아닌 폰트롤 타워
야권, "대통령 고집이 부른 참사"
전화로 지시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폰트롤 타워
윤석열 대통령이 수도권에 집중호우가 쏟아진 8일 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방문하지 않고 서초동 자택에서 비 피해 상황을 보고받으며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을 뒷말이 나오고 있는데요.
대통령실은 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8일 밤 9시부터 9일 새벽 3시까지 한덕수 국무총리와 오세훈 서울시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과 통화하며 실시간으로 상황을 보고받고 지침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이 현장이나 상황실을 방문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대처인력들이 보고나 의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까닭에 대처 역량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는데요. 애초에 윤 대통령은 광화문에 있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방문하려 했지만, 자택 주변 도로가 막혀 갈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자택에 머물며 피해 상황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으며 한때 헬기를 이용해 침수 현장을 방문하는 방안도 고려됐지만, 안전 문제와 소음으로 인한 주민 피해 등이 예상된다는 경호처 보고를 받고 이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통령 고집이 부른 참사, 대통령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야권은 윤 대통령의 재택 대응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는데요.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9일 발표한 논평에서 “자택에 고립된 대통령이 도대체 전화통화로 무엇을 점검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며 “취임 전 무조건 대통령실과 관저를 옮기겠다는 대통령의 고집이 부른 참사다”라고 주장했으며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긴급한 상황을 우려해 대통령 관저와 대통령집무실이 가깝게 있어야한다 말씀드렸던 것”이라며 “총리가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지하 벙커에 있는 위기관리센터를 찾아 전반적인 상황을 보고받고 체크해 진두지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대통령은 보이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재난재해의 총책임자는 대통령”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대통령 멘토 신평 변호사, 윤 대통령 "누추한 곳 잘 찾았다"
윤 대통령이 신림동 빌라 피해 현장에서 내놓은 발언도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윤 대통령은 9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집중호우 대처 긴급 점검회의’와 국무회의를 연달아 주재한 뒤 곧바로 침수피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서울 신림동 빌라를 방문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해당 빌라에 들어가 이웃 주민들과도 대화를 나눴는데요. 윤 대통령이 “어제 여기가 밤부터 수위가 많이 올라왔겠다”고 하자 한 여성은 “네, 여기까지 찼었다”며 “순식간에 물이 들어왔다”고 호소했고 이에 윤 대통령은 “물이 올라온 게 한 시간도 안 걸렸나?”라고 되묻기도 하면서 이후 지하 1층으로 향하는 계단 일부를 내려가다 가득 찬 흙탕물 때문에 돌아서면서 “하천 관리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지하라도 고지대도 괜찮은데 자체가 저지대다보니 도림천이 범람하면 수위가 올라가서 여기가 바로 직격탄을 맞는다”라며 “제가 사는 서초동 아파트가 언덕에 있는데도 1층에 지금 물이 들어와서 침수될 정도다", "제가 퇴근하면서 보니까, 아래쪽에 있는 아파트들은 벌써 침수가 시작되더라”고 말했는데요. 이는 윤 대통령 퇴근 당시 이미 폭우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했다는 뜻으로 퇴근길에라도 차를 돌렸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꼽히는 신평 변호사가 윤 대통령의 반지하 침수 사망 사고 현장 방문에 대해 “누추한 곳에 잘 찾아간 것”이라는 실언을 해 빈축을 사고 있는데요. 신 변호사는 9일 방송된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기록적인 폭우에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고, 자택에서 고립됐다는 얘기도 있다’는 진행자의 물음에 “거기에 대해서는 제가 동의하기 어렵다”며 “그러면 대통령이 수해 현장을 찾아서 밤새도록 다녀야 되느냐”고 되물으며 “그렇게 하면 국정이 마비돼 버린다”면서 “또 대통령이 나갈 때마다 수행과 경호가 따르다 보면 오히려 복구 업무를 방해하게 된다. 그런 상황을 가지고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비판거리를 찾기 위한 비판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이 하천 수위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라고 지시했는데 이미 해당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는 상황을 윤대통령이 파악하지 못한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누리꾼은 재난 상황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한 전직 대통령들의 사진까지 소환해서 윤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는데요.
문재인 전 대통령은 강원도 산불이 발생했을 당시인 2019년 4월 밤 12시에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를 방문해 가용자원을 총동원한 총력 대응을 긴급 지시한 바 있으며 다시 오전 11시에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를 방문해 강원도 산불의 진화 상황을 보고 받고 피해 방지 대책을 지시했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 때인 2009년 7월 유럽 3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곧바로 정부중앙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해 호우피해상황을 점검한 바 있으며, 역시 재임 때인 2011년 7월엔 서울과 강원지역을 비롯, 중부지방에 기록적인 폭우로 피해가 발생하자 서울 정부중앙청사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긴급 방문해 민주당 소속인 최문순 당시 강원도지사와 화상통화를 하며 사망자가 발생한 춘천 산사태 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