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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5세 입학 정책이 사실상 철회 수순에 접어드는 가운데, 대안으로 초등 전일제 추진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이고 있는데요.

교육의 국가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같은 취지에서 제시된 '초등전일제 학교' 정책에 대해서 이번에는 교사들의 반발 조짐이 일고 있습니다.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사퇴한 다음날인 9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교육부는 '만 5세 입학' 내용을 삭제했지만 대신 출발선 단계에서 국가 교육 책임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초등 전일제와 유보통합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8시까지 학교에 둬선 안 돼" 목소리도

10일 교육부에 따르면 방과 후 과정과 돌봄 시간을 늘리는 '초등 전일제학교' 추진 방안을 10월까지 마련하고 내년부터 초등 전일제학교를 시범 운영, 2025년부터 전체 초등학교로 확대하고 초등 돌봄교실 운영시간도 맞벌이 학부모 수요를 반영해 올해는 오후 7시, 내년에는 저녁 8시까지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또한 교과 중심인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은 학생 수요에 따라 인공지능(AI) 교육이나 예체능 등으로 다양해집니다.

정책이 미리 알려진 9일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초등교사노조)은 성명을 내 "초등전일제를 밀어붙이는 것은 만5세 초등입학 정책과 마찬가지로 아동 몰이해에서 온 오판"이라며 "아동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는 무책임한 정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습니다.

교육부가 만 5세 입학의 대안으로 초등 전일제를 추진하는 것은 '학부모 돌봄 부담 경감'이라는 목표 때문인데요.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9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만 5세 입학은 교육과 돌봄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제시한 것"이라며 "국민이 반대한다면 다른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학교 돌봄 강화를 원하는 학부모가 많지만 교사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박효천 초등교사노조 대변인은 "오전 9시에 등교하는 아이들을 오후 8시까지 가둬두겠다는 것은 아동 학대"라며 "어른들의 시각에서 아이들을 짐짝처럼 보관만 하겠다는 발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근본적으로 돌봄 책임을 학교가 떠맡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일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교사가 '방역 노동'에 동원되고 있는데, 방과 후 수업과 돌봄 업무까지 떠안게 될 것이라는 우려인데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육과 돌봄의 분리를 주장하면서 돌봄은 학교가 아닌 지자체에 맡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박 대변인은 "교육을 위해 설계된 학교는 아무리 잘 꾸며도 아이들이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공간이 나오지 않는다"며 "이런 곳에 아이들을 11시간 잡아놓겠다는 발상을 아이들에게 한 번이라도 물어봤는지 알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전일제 전담 기관 지정하고 행정인력 배치

교육부도 이를 의식한 듯 국회 업무보고자료를 통해 "교육청이나 별도의 공공기관을 전일제 학교 전담 기관으로 지정하고 행정인력을 배치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한 지원책을 함께 내놓겠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교사들의 반발을 행정 지원이라는 당근책만으로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초등전일제 학교는 윤 정부 국정과제인 '국가교육책임제 강화'를 위한 방안 중 하나인데요. 논란 속 추진이 어려워진 '만5세 초등입학'이 취학연령을 낮춰 아이들을 공교육에 빨리 진입시키려는 취지였다면, 초등전일제 학교는 초등 돌봄교실 운영시간을 오후 8시까지 확대하고 방과후학교의 프로그램을 다양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